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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WIDBEE
2015. 12. 25. 21:30 Life/느끼다

우리동네에는 유명한 버스회사가 있다.

‘중부운수’

640, 6211, 6715, 6624, 6625 등 

여러 대의 버스를 운행하며

출퇴근길 엄청난 숫자의 시민들을 

지하철역까지 매일매일 실어나른다.


2015년 크리스마스이브

여느 때처럼 일을 보러 나가기 위해

평소처럼 아무런 생각없이 

무심코 탔던 버스..

6211



신청곡을 받아서 틀어주시는

DJ기사님께서 운행하시는 버스였다.



여느 때처럼 

날씨 등 일상 정보에 관한

이런저런 멘트를 기대하며

성시경의 '거리에서'를 감상하고 있었는데

기사님께서 깜짝고백(?)을 하셨다.


"20년 넘게 버스를 운행해 왔는데, 

오늘부로 명예퇴직을 하게 되었고..

이것이 제 마지막 운행입니다...

그동안 먹고 살기 위해 

이런 저런 많은 일 들을 해왔었는데...

일했던 회사들이 다 문을 닫게 되어서..

어떻게 하다보니

버스운전기사를 하게 되었고

20년이 훌쩍 넘어버렸네요..

음.. 명예퇴직을 맞이하니 

만감이 교차하는 것 같습니요.

여러분 덕분에 먹고살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참 감사했습니다..."


순간

가슴의 먹먹함과 함께 

코끗이 찌릿해져왔고...


차내에 있던 모든 승객 분들이

한 마음이 되어..

큰 박수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짝짝짝짝짝~"



기사님은 순간 울컥하셨는지

잠시 말을 잇지 못하셨다.


"그 동안 참 고생 많으셨습니다."

"덕분에 편안히 다닐 수 있었습니다." 등등

곧 바로 

수 많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지만

갑자기 다가온 이 상황에 

갑자기 입이 떨어지진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번 쯤 격게 되는..

명예퇴직.. 

아니면 퇴직...


이 분들 나름 고생하셨는데

회사에서도 나라에서도

기쁜마음으로 박수쳐드려야 하는게 아닌가 싶은데

왜 

한국에서 퇴직자들을 생각할 때 느껴지는 이미지는 

이렇게 쓸쓸한지... 

궁금했다...


경비로 일하며 10년 월급을 아껴서 

1억을 모아 일부를 기증했더니 해고하는 한성대..

신입사원까지 퇴직자 대상에 올려 구설수에 오르자 

황급히 말바꾸기하는 두산인프라코어.. 등

올해도 역시.. 

이런저런 섭섭한 뉴스에 뒤숭숭한 연말...


순간... 이 DJ기사님의 마지막 소통을 

오늘은 그냥 지나쳐서는 안되겠다고 느꼈다.

기사분의 고생을 인정해드리고 싶었고

알고 있다는 것을 려드리고 싶었고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또한

쑥쓰러움에 

진심을 표현할 줄 모르는 익숙함

그 속에 갖혀있던 

평소의 내 자신을 꺼내야겠다 싶었다.


15분 남짓한 시간이 지났을 때

멀지않은 목적지에 도착했고

내리면서 기사님을 향해 

큰 목소리로 외쳤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기사님의 고백 덕분에 

이번 크리스마스 이브는 

훈훈한 크리스마스이브로 

기억될 듯 싶다.



연말연시 및 공휴일에도 

매일같이 시민들의 발이 되기 위해 

고생하고 계시는

대중교통 운행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2016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시고

가정에 평안함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